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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방 산업 연계를 통한 그린쉽 전략
작성일 2013-02-26 작성자 홍성인
첨부파일 조회수 1517
지난 주말 모처럼 시골에 갈 일이 있었다. 충청도 산골이었는데 한 낮에는 햇볕이 따스하여 봄인가 착각하게 만드는 그런 날이었다. 텃밭을 자세히 살피니 짙은 보라색과 검으퇴퇴한 녹색으로 땅과 추위에 바짝 수그린 냉이가 있었다. 구수한 된장국에 냉이를 겯들이면 좋겠다 싶어 호미를 들고 캐보려고 땅을 팠다. 그런데 웬걸 한 5미리미터 정도만 흙이 녹았을 뿐 속은 땡땡한 얼음 흙이었다. 뿌리를 캐보려고 용을 썼지만 끊어지고 말았다. 그 햇볕은 아직 흙속까지 녹여줄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올 들어 일반상선 신조발주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신조시장의 정상화가 아닌가 하는 장밋빛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정상적인 신조시장으로 돌아온 것으로 분석된다는 리포트도 발표하고 있다. 지난 12월 이후 200만 CGT 이상의 발주가 이어지면서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저선가에 의한 수요로 해석된다. 작년 연말기준 재작년보다 9% 넘게 하락한 선가가 얼어붙은 수요를 살짝 녹인 것이다. 제대로 시장의 정상화가 이루어지려면 전방산업인 해운부문의 회복이 전제되어야 하나 아직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최근 기준 대부분 선종의 운임지수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용선지수도 극히 일부 선종 외에는 대부분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최근 수요가 저선가로 인한 일부 반짝 수요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투기적 발주까지 가세했던 5년전 선박시장의 열기가 급격하게 냉각된 후 지금까지 평균 수요로의 회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긴 침체는 해운은 물론 조선, 기자재산업 나아가 해당 지역경제와 각 가정의 온기까지 빼앗아 가고 있다.
과거 100년을 돌아보면 조선시장에 장기 사이클이 존재했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선사들은 치솟는 운임에 더 많은 선박확보에 혈안이 되었고, 조선소는 우선 건조물량부터 더 확보하자는 식으로 수주를 받아 부족한 건조능력을 늘리기에 급급했다. 신조 선박의 가격을 중고 선박이 추월했고 먼저 받은 선수금으로 확장 부지를 사고 설비투자에 쏟아 넣었다. 선박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짧았던 금융기관도 같은 포즈의 춤을 추어대기 시작했다. 중소조선의 R/G 발급에 그렇게 인색했던 은행들이 현장을 누비며 수수료 챙기기에 급급했다. 환율 상승 가능성을 희석하면서 불완전 파생 환헤지 상품 KIKO도 곁들여 팔았다. 조선업체들은 갑인 은행이 권유하기도 했지만 일정 구간 내에서는 투기상품으로 둔갑하는 그 상품을 샀다.
계속 빵빵하게 팽창해나갈 것 같던 풍선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터져 버렸고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진행되어왔다. 특히 호황을 보고 뒤늦게 조선업에 뛰어들었고 선수금을 설비확장에 쏟아 부은 업체들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지속적인 시황 침체는 타격으로 인한 상처를 더욱 깊게 만들었고 자력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대형업체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였지만 드릴쉽, FPSO 등의 해양사업이 비교적 견조한 시장흐름을 타고 있어 상선공백의 상당부분을 메워 줘 왔다.
현재의 발주 호조가 계속 이어주면 좋겠지만 아직 기반이 다져진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 규제와 유가에 의해 상대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있다. 그린쉽이다. 이미 지난 1월부터 국제해사기구(IMO)의 에너지효율 설계지수(EEDI) 0단계가 발효되어 있다. 이제 대부분의 신조 선박들은 이산화탄소를 과거 10년간의 평균치 이하로 배출해야 세상에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3단계까지 매 5년 주기마다 10%씩 기준치가 강화될 것이다. 한편 고유가로 운항비용이 치솟고 있어 에너지 효율에 대한 선주들의 요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선박용 연료유 가격은 해운운임의 지속적 하락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상승하여 해운선사 경영악화의 주범이 되었다. 선박용 연료유는 2005년 이후 최근까지 약 3배 가까이 올랐으나 운임지수는 20% 가까이 하락한 상황이다. 국제규제와 선박의 수요자인 선주들의 요구가 일치되어 선박의 신조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린쉽은 일부 선주 옵션 기자재를 빼고 생산의 후방연계가 주로 국내에서 이루어진다. 기자재 국산화율이 낮은 해양플랜트보다 부가가치의 국내 잔류율이 크게 높다. 그린쉽이 국내에서 활발하게 건조될 경우 후방연계를 통해 기자재 업체는 물론 소재업체들도 매출이 활성화 될 것이다. 이는 대형 조선업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중소형 조선소들도 그린쉽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어쩌면 해양플랜트라는 대안이 없는 중소형 조선소들이 더 집중해서 대응해야 할 분야일 수도 있다. 중소형 선박의 그린쉽 기술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한편 그립쉽의 실증시험을 위해서는 전방산업인 해운선사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공기윤활선 같은 경우 실선에 적용하여 에너지절감 정도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것이 선박을 운항하고 있는 선사와의 협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사례다. 실선에서 얻어진 생생한 데이터들은 그린쉽을 수주받기 위해 어필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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